하늘을 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오르니톱터(Ornithopter)’라는 날개 치는 비행 기계를 설계하며 인류 최초의 비행 개념을 구체화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최초가 아니었다. 다빈치보다 훨씬 이전에도 하늘을 정복하려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떤 비행 기계를 구상했으며,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이번 글에서는 다빈치 이전 시대의 비행 개척자들을 살펴보고 그들의 실패 이유를 분석해본다.
고대 그리스의 비행 꿈: 데달루스와 이카루스 신화
전설 속 최초의 비행 시도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최초의 인간 비행 시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명석한 발명가 데달루스는 미노스 왕의 미궁을 설계했지만, 후에 미궁에 갇히게 된다. 그는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붙인 날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경고를 무시하고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가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 신화 속 이야기지만, 고대인들이 이미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연과 인간 비행 실험
초기 비행 장치로 사용된 연(凧)
중국에서는 기원전 5세기경부터 연이 사용되었으며, 이것이 최초의 비행 장치로 볼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장군 모자(墨子)는 연을 이용한 비행 실험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 황제의 인간 비행 실험
기원전 200년경, 한나라의 황제 가오쭤(高祖)는 죄수를 연에 매달아 높은 탑에서 날리며 비행 실험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이 실험은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초의 실험 중 하나로 여겨진다.
중세 이슬람 세계의 비행 실험: 압바스 이븐 피르나스
과학과 공학을 접목한 최초의 인간 비행
9세기 이슬람 황금기, 한 과학자가 하늘을 나는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가 바로 압바스 이븐 피르나스(Abbas Ibn Firnas)였다.
이븐 피르나스는 새의 날개 구조를 연구하고, 비행을 위한 장치를 설계했다. 그는 875년 코르도바에서 커다란 천과 나무로 만든 날개를 몸에 달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는 상당한 거리까지 활강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착륙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다.
그가 실패한 이유는?
이븐 피르나스의 실험은 인류 최초의 ‘글라이더’ 비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새들이 단순히 날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꼬리를 이용해 균형을 잡고 착륙한다는 점을 간과했다. 착륙 기술이 부족했던 그의 비행은 불완전한 실험으로 남았다.
중세 유럽의 날개 인간: 에일머와 몽크의 도전
영국의 수도사, 에일머
1000년대 초, 영국 말메스버리 수도원의 한 수도사 에일머(Ailmer of Malmesbury)는 이븐 피르나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날개를 만들어 비행을 시도했다. 그는 수도원의 종탑에서 날개를 단 채 뛰어내렸고, 놀랍게도 200m 이상 활공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착륙에 실패해 다리를 다쳤고, 이후 다시는 비행을 시도하지 않았다.
13세기 몽크의 비행 시도
13세기 독일의 한 몽크 역시 나무와 천을 사용한 날개를 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다. 그는 몇 초 동안 떠 있었지만 결국 균형을 잃고 추락하고 말았다. 그들의 실패는 이븐 피르나스와 마찬가지로 착륙 기술 부족 때문이었다.
왜 이들은 실패했는가?
1) 비행의 원리에 대한 이해 부족
이들은 새의 날개를 모방했지만, 날개뿐만 아니라 공기역학적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양력과 착륙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아 대부분 추락하고 말았다.
2) 적절한 재료 부족
그 당시에는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재료가 부족했다. 현대 항공기에는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같은 첨단 소재가 사용되지만, 당시에는 무거운 나무와 천이 주된 재료였다.
3) 동력 비행의 부재
다빈치도 이후 비슷한 문제를 겪었지만, 인간의 힘만으로 하늘을 날기에는 동력의 한계가 있었다. 인간의 근력만으로 날개를 움직이는 것은 비효율적이었으며, 결국 동력 비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20세기 라이트 형제의 엔진 기술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비행 기계를 체계적으로 설계한 최초의 인물이었지만, 그 이전에도 하늘을 정복하려 했던 도전자들은 많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실패했지만, 그들의 시도는 후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9세기의 이븐 피르나스, 11세기의 에일머, 13세기의 몽크. 이들은 모두 인간 비행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험한 개척자들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20세기에 들어서 라이트 형제가 엔진을 장착한 동력 비행기를 개발하며, 인류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그 꿈의 시작점에는 다빈치 이전의 잊혀진 도전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현대 항공 기술의 기초를 닦은 위대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